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보증은 없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 퐁당 에디터
- 2021년 1월 4일
- 3분 분량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13년째 하고 있다. 수업에서 언제나 던지는 질문이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필요하다면 무엇이 앞설까. 때에 따라서 답은 갈린다. 당연히 답은 애매하다. 무엇을 하건 재능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니까.
내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목표다. 글을 쓰면서 위대한 작가가 되거나 역사에 남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재능은 필수다.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내려면 무엇보다 재능이 있어야만 한다. 고만고만한 재능으로는 그 시대에 살아남는 것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아마데우스>란 영화에 나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당대의 인기 있는 음악가인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방탕하고 게으르다. 영화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으로 묘사한다. 실제 역사는 다르다고 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많이 도와주었고, 기회도 주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작곡 실력은 그야말로 천재적이었지만 영화에도 묘사된 것처럼 게으르고 오만했다. 굳이 따진다면 모자르트는 천재였지만 자기도취적이었고 살리에리는 적절한 재능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당대의 뛰어난 음악가로 생을 마쳤다. 역사에는 모차르트만 남았고.

모짜르트가 되고 싶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이다. 하지만 수많은 살리에리에게는 재능보다 노력이 필요하다. 살리에리 정도의 능력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하나의 분야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재능은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가능하다. 수학을 정말 못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수학과에 가는 정도가 아니면 된다. 흥미가 있고, 조금 잘 하는 것 같으면, 그 다음은 무조건 오래 열심히 하면 된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한 후에, 몇 년마다 한 번은 비판하는 기사가 나온다.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의 성공을 분석해 보면 역시 중요한 것은 재능이라는 실험이나 분석이다. 나도 동의한다. 이미 말한 것처럼 모차르트 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싶다면 재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사에 기록이 남는 정도의 업적을 남기고 싶다면 엄청난 운이 없다면 당연히 재능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신의 명성을 보이는 것 정도라면 노력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생존을 유지할 정도가 목표라면 당연히 노력이 우선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달릴 때 페라리를 타고 갈까, 경차를 타고 갈까의 문제 같은 것이다. 페라리로 간다면 순식간에 갈 수 있다. 경차라면 좀 느리고 불편하고 폼도 덜 나겠지만 그래도 갈 수는 있다. 오로지 부산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면 경차라도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작품을 남기는 거장이 되고 싶다면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거장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지금 잘 팔리는 소설을 쓰면서 돈도 많이 벌고 인기 있는 작가들도 있다. 그들의 작품은 100년 뒤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가능하다. 지금 내가 만족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라면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다. 기자를 비롯해서 잡다한 일을 하며 문화판에 수십 년을 있었다. 문화 분야는 재능이 더더욱 돋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재능은 어릴 때, 젊을 때 돋보이기 마련이다. 아직 노력으로 뭔가를 다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각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이를 수없이 보았고,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재능이 탁월했던 이들이 무뎌지고 때로는 몰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보았다.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뒤쳐진다. 우리가 보는 수많은 예술가, 학자들의 노년은 때로 초라하고 암울하다. 회사에 있으면서 신입 기자들을 많이 뽑았다. 신입일 때는 재능이 보인다. 누구는 글을 잘 쓰고, 누구는 감각이 탁월하고, 누구는 사회적 스킬이 아주 좋다. 처음에 돋보이는 사람은 재능에 따라서 눈에 확 들어온다.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면 노력하는 기자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소 평범한 재능이었다 해도 3년 동안 성실하게 노력을 하며 기자의 일을 수행했다면 결국은 그의 장점이 드러나게 된다. 7, 8년 차로 가면 오로지 노력이다. 재능이 뛰어났던 기자라도, 자신에게 취해 허송세월했다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 그의 재능은 그저 잔재주로 끝나 버린다. 뛰어난 데뷔작을 냈던 영화감독, 소설가, 만화가 등이 이후 스러져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3작품을 넘기지 못하고 평범한 작가로 마감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2, 3작품 정도까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각하고 단련했던 것들로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도 재능이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계속해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능이 뒷받침된 노력이 없이는 시간을 이길 수 없다. 노오력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보증은 없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은 보증할 수 있다. 노력해도 이룰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작다고 비관하는 경우는 많다. 맞는 말이다. 점점 시대는 노력만으로 거대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만 한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주어진 재능조차도 금방, 시간이 흐를수록 바래져 버릴 테니까. 노력이 부질없다고 말하는 세상은 비루해진다. 노력이 없으면 그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 테니까. 그가 모인 세상의 성취도 점점 초라해질 테니까.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 👉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좀비사전> 등을 썼다. 최근에는 직장인을 위한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란 제목의 직장인 생존철학 에세이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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