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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다 유튜버에 대한 꿈과 계획이 있다

내 직업은 중년 유튜버다. 큰 인기 채널은 아니지만 40대 후반의 나이로 이것저것 제품을 리뷰하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10대, 20대의 전유물인 유튜버에 어쩌다 보니 발을 걸치며 살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요즘은 유튜브가 워낙 화제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는다. 직장인 꿈 1위가 유튜버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유튜버는 자유와 대박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친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우리 나이에 유튜버라니! 그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노년의 어르신들이 '송해' 선생님에게 느끼는 부러움과 비슷하다. 자유로운 시간, 정년이 없고 그저 카메라만 보고 떠들면 되는 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산더미처럼 벌어들이는 돈, 말 한마디로 업계를 움직이는 파워. 그들이 나를 보며 떠들어대는 유튜버에 대한 이미지를 종합해 보면 대강 위와 같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분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실거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겉에서 보는 것과 속사정은 다르다. 나 같이 운 좋게 안착한 케이스도 있지만 대박을 꿈꾸고 유튜브에 진입했다가 실패를 맛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천하의 유재석씨가 신인시절 스케줄이 없어 “내일 뭐하지?”라는 걱정을 하며 잠든 것처럼 재능 있는 유튜버 역시 괴로운 무명의 시간이 존재한다. 유튜브는 구독자가 1,000명이 될 때까지는 십 원도 벌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1,000명을 모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가족이나 친구 등을 모두 동원해도 보통 150명 정도가 한계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독자를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좋아요’는 500개가 찍혀도 구독자는 50명도 늘지 않는다. 유튜브로 수익을 내기까지 1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다. 또한 내가 재능이 있는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내 콘텐츠가 먹힐지에 대해서 누구도 분석해 주지 않는다. 독자 없고 댓글 없는 유튜브를 몇 달 운영하다 보면 섀도우 복싱을 하는 느낌이고 막막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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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도 고난의 연속이다. 몇몇 회사에서 키우는 유튜버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 기획, 대본, 출연, 카메라, 편집, 마켓팅 등등. 가벼운 메이크업이나 옷, 머리 세팅도 신경 써야 한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하나라도 역량이 떨어지면 뭔가 어설픈 영상이 된다. 열심히 이것저것 익히고 영상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장비가 노후화되어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500만원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다만 운 좋게 이런 과정 없이도 히트하는 유튜버도 있다. 얼굴이 원빈급이거나 목소리가 배철수이거나 대본이 봉준호이거나 재능이 방탄소년단 정도라면 말이다. 다행히 힘든 과정을 겪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겨도 안심할 수 없다. 원히트원더로 사라진 가수나 배우가 많은 것처럼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콘텐츠가 히트해도 구독자가 늘기는 좀처럼 어렵다. 구독자가 늘려면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강하거나 1년 이상 꾸준히 콘텐츠가 히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일주일에 3~5회의 업로드가 필요하다. 막장 드라마도 대본, 배우, 연출은 각각 분업화되어 있는데 유튜버는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며 일주일에 막장이 아닌 영상 3~5개를 만들어 내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유명 유튜버 중에 제대로 휴가를 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되는 촬영과 편집, 영상 업로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부업으로 유튜브를 운영해 히트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너무 비관적이라고?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한 것은 여러분의 꿈을 깨기 위함이나 내 개인적인 고충을 얘기하기 위함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어필해서 훌륭한 유튜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도 인지해 두는 것이 좋다. 다시 친구들 얘기로 돌아와 보자. 내 사정이야 어쨌든 그들이 원하는 답은 저런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장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없지 않지."로 적당히 맺어준다. 그들은 과연이라는 표정을 짓고 흡족해하며 본격적으로 프로듀싱을 시작한다. "내가 영상을 쭈욱 봤는데 이런 콘텐츠가 잘 먹힐 것 같아. 들어봐." "네 영상에는 이게 없더라. 내가 보기엔 말이야..." 각자 마음속에 있던 대박 아이템을 나에게 풀어 놓는다. 평소에 조용하던 친구들까지 한마디 거든다. 어떤 아이디어는 식상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는 꽤 성공할 만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항상 감탄을 한다.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그들의 눈빛은 자신이 직접 하면 대박이 나겠지만 할 수 없이 친구를 밀어준다는 거룩한 희생정신과 과도한 비장함이 서려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말하는 계획들은 큰 인지도 없고 자본력 없는 유튜버가 하기엔 너무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인에게 펭수나 왓썹맨, 워크맨 같은 성공사례가 너무 강렬해서 그렇다. 그 뒤에는 EBS, JTBC라는 거대 자본과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알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에둘러 사양의 뜻을 표하면 그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신다. "하기만 하면 딱인데 말야" 아쉬움 속에 얘기는 좀 더 이어지고 보통 자신이 직접 유튜브를 찍기 위해 필요한 장비나 정보, 유튜브 시스템에 대한 물음으로 술자리가 끝나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유튜버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가진 눈빛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유튜버가 된 이후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평범해 보이는 누구에게나 유튜버에 대한 꿈과 계획이 있다는 점이다. 유전적 로또를 맞은 연예인까지는 무리지만 내가 평생 공부한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나누겠다는 소박한 계획. 자신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은 소망,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도 특별할 수 있다는 기적. 이 모든 바람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듯하다. 그들의 못다 이룬 꿈과 계획을 누리며 살고 있는 내 직업에 새삼 감사하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유튜브를 찍는다. 유튜버를 꿈꾸는 직장인들이여! 언젠가는 모두 그 꿈을 이루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기즈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에이터 김정철 👉 유튜브 ‘기즈모’채널 운영자. 과거 얼리어답터, 더기어 등의 테크채널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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