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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캐네디언의 What’ the crack? *

<What’s the crack?> 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캐네디언 조엘과 크리스티앙이다. 마치 일기장처럼 자신들의 여행기와 관심사를 지인들과 페이지를 통해 공유한다. 여행지에서 찍은 어색한 셀카를 올리기도 하고, 90년대를 풍미했던 재즈 보컬리스트의 영상을 공유하기도, 트럼프 대통령의 욕을 하기도 한다.


조엘과 크리스티앙은 내가 잠시 아일랜드로 공부를 가장한 조금 긴 도피성 여행을 떠났을 때, 어학원 클래스 메이트로 알게 된 친구들이다. 나이는 물어본 적 없지만 페이스북에 있는 정보와 그동안의 대화에서 유추해보건대 대략 나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사이. 국적은 캐나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젊은 유럽, 아시아, 남미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어학원에서 ‘캐네디언’인 이들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나이 든 캐네디언이 영어를 배운다고?’ 라는 질문을 수십 번 받았는지, 그들은 초연하게 대답을 해주곤 했다. 불어를 쓰는 퀘백주 몬트리울 출신의 두 캐네디언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어서, 동시에 유럽 여행을 하고 싶어 아일랜드 더블린에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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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s the crack?’은 아일랜드식 영어 표현으로 ‘What’s up?’과 같은 표현이다.


내가 기억하는 ‘조크’ 커플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영어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이 그랬다. 신체적 한계가 가끔 열정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았으나, 컨디션이 난조가 아닐 땐 항상 그들은 무언가를 했다. 쉬는 시간에는 틈틈이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정리했고, 둘이 있을 때에도 불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했고, 주말에는 아일랜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각자 운영하는 사업 때문에 캐나다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긴 휴가를 내어 또 다른 유럽 도시에 들러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아일랜드에 있으며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있던 나와 그들의 대화 주제 역시 여행이었다. 두 사람이 오래전에 다녀왔다는 여행지 이야기를 하며 서로 다른 기억에 대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여행 이야기도 끝이 없었다. 내 나이의 두 배쯤 되는 인생 선배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겠지만. 때때로 그들은 나에게 용기도 주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수십, 수백 번 망설임 끝에 비행기에 겨우 몸을 실은 내 고민이 두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내가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는 투의 말을 내뱉을 때마다 조엘은 “Come on… Juhee!”라며 ‘그게 무슨 대수냐?’는 식으로 말해주었고, 크리스티앙은 “You are still a baby”라며 우쭈쭈 해주었다. 그러면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곤 했다.

우리가 작별의 포옹을 나눈 건 이미 몇 해 전이지만, 소셜네트워크 세상은 우리를 계속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크리스티앙에게서 자신들은 로마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3개월 정도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사업차 퀘백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에 ‘머물러’있는 나는 ‘떠나’있는 두 사람에게 여행의 부러움과 함께 엄지척 이모티콘으로 답장했다.


<What’s the crack?>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지금도 나에게 소소한 위로를 보낸다. 소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문물 안에 적응하며 조엘과 크리스티앙이 올리는 사진들은 왠지 모르게 우리 부모님이 찍은 사진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좋다. 예술적인 구도도 아니고, 색감을 멋들어지게 보정하지도 않은 사진이지만 두 사람의 눈에 담긴 장면들을 은근슬쩍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조금은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더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희망처럼.


조크 커플은 또 어떤 곳으로 떠나 새 소식을 들려줄까? 두 사람의 사진에 다시 한 번 용기와 희망을 가지며 나는 조용히 ‘스카이스캐너(비행기 최저가 검색 앱)’를 켠다.


글. 고주희 에디터

👉 펑션의 콘텐츠 에디터. ‘Yolo’와 ‘탕진잼’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일 년에 한 번 이상 여권에 입국, 출국 도장(인천공항에선 더 이상 없지만)을 찍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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